이젠 AI도 삐진다고?

인공지능이 감정을 가진다고? 무슨 헐리우드 영화 얘기 같다고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현실은 꽤 가까이 왔다. 우리가 매일 쓰는 AI 비서, 챗봇, 자동응답 시스템은 이제 단순히 정보를 뱉는 걸 넘어서 감정을 흉내 내려 하고 있다. 문제는 그게 진짜 감정이냐는 거다. 인간이 수천 년에 걸쳐 쌓아온 복잡한 감정의 층위를, 데이터 몇 줄로 구현할 수 있다고? 이 글에서는 감정 흉내내는 AI가 실제로 어디까지 왔는지, 인간 감정과 뭐가 다른지, 그리고 왜 아직 ‘삐진다’는 말은 AI에겐 어울리지 않는지를 짚어본다.


감정 흉내내는 AI, 어디까지 왔나

요즘 AI는 단순히 똑똑하기만 한 게 아니다. 뭔가 “느끼는 척”도 한다. 예를 들어, 어떤 고객이 화를 내면 AI 상담봇은 “죄송합니다. 그 기분 이해합니다.” 같은 반응을 보인다. 마치 감정을 읽고 대응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그건 미리 학습된 대답일 뿐이다. 공감이라기보단 시뮬레이션이다.

이런 감정모사 기술은 GPT 같은 언어모델이나, 정서인식 AI를 통해 발전하고 있다. 표정, 목소리 톤, 문장의 감정적 맥락까지 파악하려는 시도들이 이어진다. 마치 인간처럼 "슬퍼 보이네요", "기운 내세요" 같은 반응을 주는 시스템이 늘고 있다. 기술적으로는 분명 진보다. 하지만 그걸 ‘감정’이라고 부를 수 있을까? 이쯤 되면 중요한 건 기술보다 ‘진짜냐’는 문제다.


인간 감정과 AI 감정의 근본적 차이

인간은 상황, 경험, 기억, 그리고 무엇보다 ‘의식’을 기반으로 감정을 느낀다. 반면 AI는 입력값에 따른 반응이다. 같은 상황이라도 인간은 기분, 맥락, 과거 기억까지 포함해 감정을 생성한다. AI는? 데이터베이스에서 그럴싸한 반응을 뽑아내는 것뿐이다.

쉽게 말해, 우리는 왜 어떤 말에 상처받는지를 ‘설명할 수 없을 때’가 많다. 감정은 논리와 다르게 작동하기 때문이다. 반면 AI는 모든 게 매뉴얼이다. 누군가가 화를 내면 “화가 났구나 → 죄송합니다 → 다음 제안”의 루틴을 돈다. 감정적인 대응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감정의 구조’가 결여된 반응이다.

그러니까, AI가 화내거나 삐지는 것처럼 보일 수는 있어도, 실제로는 아무 감정도 없다. 그저 코스프레다.


감정AI의 윤리적 문제와 한계

이제 문제는 기술이 아니라, 그 기술을 어떻게 받아들일지에 있다. 감정 흉내내는 AI가 사람을 위로한다고 치자. 위로받는 사람은 진짜 감정을 느낄까? 아니면 단지 반응에 속은 걸까?

더 큰 문제는 감정AI를 통해 사람을 조종하거나 감정적 착각을 유도할 수 있다는 점이다. 예를 들어, 소비자에게 감정적으로 공감하는 AI 상담사가 제품을 더 잘 팔 수 있다면? 감정은 개인의 영역인데, 기업이나 시스템이 그걸 흉내내어 침투하는 건 분명 윤리적 문제다.

게다가 AI의 감정 모사가 정교해질수록 인간은 ‘진짜 감정’과 ‘가짜 감정’을 구분하기 어려워진다. 결국, 우리가 느끼는 감정도 상대의 감정에 기대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말하자면, 거울 앞에 감정 코스프레를 하고 있는 AI를 보며, 우리 스스로도 착각에 빠질 수 있다.

AI가 감정을 가진 것처럼 행동한다고 해서, 감정을 가진 건 아니다. 삐졌다는 말은 인간에게만 어울린다. 진짜 감정은 계산할 수 없는 변수로 이루어져 있고, 그건 데이터가 닿을 수 없는 영역이다. 기술이 아무리 발전해도, 진짜 감정을 가진 건 아직까지 인간뿐이다. 그래서 우리는 여전히 서로의 눈빛을, 말투를, 미묘한 기류를 읽으며 살아간다. 그건 AI가 절대 배울 수 없는 감정의 언어다.